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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구문화의집 제주 테마여행 후기

    • 작성자운영자
    • 등록일06.02.28
    • 조회수2,876
  • 신화를 찾아갔던 제주 테마여행기 1.

    제주는 한라산이다. 제주는 한라산이 낳은 동굴을 몸속에 내장하고 그 창자안에는 신화들이 꿈틀거리며 지상부로 돌출하기도 한다.
    하여 제주는 또 신화의 섬이며, 신화를 지닌 신인(神人)들의 모공같은 식물들이 한라산 꼭대기에서부터 이 땅 최남단의 마라도까지 1,800여종이나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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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2명의 북구문화의집 테마여행반인 우리는 그런 신화의 땅 제주 2월 26일 오전 9시55분에 닿았다. 우리를 기다리는 산호관광버스에 탑승하여 제일 먼저 찾은 땅은 미세한 입자의 모래들이 바람에 대항하지 못하고 풀풀 날려지는 협재해수욕장이었다.
    앞 바다에 비행기처럼 둥둥 하늘을 나는 섬 모양을 보고 한 여인이 전라도 버전으로 “워메 뭔 산이 떠 다닌다냐”라고 말하니 날던 산이 그만 폭싹 주저앉아 비양도라는 섬이 되어 그나마 더 거친 바람을 막아주는 곳이었다.
    하늘 빛 보다 다 파랗고 이제 물푸레나무를 담근 물 보다 푸르게 보이는 하여 조개 모래의 하얀 색감에서부터 너무나 파래서 마침내 멍이든 색처럼 남아있는 형형색색의 해수욕장의 백사장은 지붕을 얹고 있었다.
    겨울바람에 모래가 다 하늘로 날리워지는 것을 막으려는 협재사람들의 고육지책이 전라도의 우이도를 연상하게 했다. 우이도의 섬 여자들은 모래 서말을 먹어야 시집을 간다고 했다. 불과 20여년도 못되는 나이에 모래 서말을 먹었어야 할 우이도의 여인처럼 제주 사람들도 그들의 내장에 수많은 바다의 흔적을 지니며 살아왔던 것이 실감났다. 하지만 더욱 실감나는 것은 다음 코스였다. 그 바람에 휩쓸려 모래가 내려앉은 땅은 현무암의 단단하면서도 구멍이 숭숭 뚫린 곳이었고 그 지하에는 커다란 동공이 사리잡고 있었다. 이름하여 협재쌍용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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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굴은 옛적 사람들의 은신처이자 주거지의 역할을 했고 지금은 이렇게 관광대상으로 사용되어 지고 있다. 육지땅의 동굴로 내노라하는 것이 울진의 성류굴이나 단양의 고수동굴 영월의 고씨동굴처럼 석회암 동굴이 있다면 제주의 서쪽에는 이처럼 용암이 흘러가고 난 뒤 커다란 구멍이 생겨난 동굴이 만장굴, 김녕굴, 미천굴 등 수없이 이어져 있다.
    그런데 이곳 협재가 다른 동굴과 다른 점은 바로 이들의 머리 위에 바람의 선물을 받아 이고 있는 모래가 동굴 속으로 자꾸만 흘러내린다는 점이다. 빗물에 섞여 흘러내린 물줄기는 이미 바다안에서 닳고 닳아진 조개껍질이 가진 석회질을 함유하게 되고 인간의 간섭이 없는 자연 안에서 이미 식어버린 용암동굴은 석회질로 갑옷을 입게 된다.
    바로 용암동굴이 석회 동굴로 변화되어가는 과정을 겪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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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구르트의 스트로우처럼 대롱이 천장위에 걸쳐있고 대롱은 쉼없이 물을 한 방울 한 방울 흘러내리며 죽순과 같은 돌의 순을 키워낸다. 이른바 석순이라는 것은 1cm 자라는데 100년이 걸린다고 하니 참으로 대단한 자연의 힘으로 보였다.
    광주에서 제주까지 불과 45분이면 닿는데 1cm를 키워내기 위해 100년을 참아야 하는 자연의 법칙 앞에서 모두들 머리를 조아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런 동굴 안에는 또 하나의 신화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두 마리의 용이 빠져나간 자욱이 그것이다. 몸통과 꼬리가 빠져나온 자욱이 선명하고 머리를 맞대고 있는 형태가 바로 그러했다. 몸이 토실해 보이는 것은 암컷이었을 법 하고 각이 지고 단단해 보이는 놈은 숫컷 같아 보이는 동굴속의 또 다른 동굴이 있는 흔적은 그렇게 용이 되어 우리를 현란하게 만들었다.

    70년대에 개발한 한림공원은 이처럼 두개의 동굴 말고도 인간에게 내어주지 않는 황금굴을 가지고 있었다. 그 굴마저 사람에게 개방하게 되면 용암동굴이 석회동굴로 변하는 과정을 더 이상 지속하지 못한다는 것을 영악한 사람들은 알고 있는 까닭이었다.
    이 보다 앞서 우리는 식물원에 들렸다. 다양한 식물들이 야외와 온실 안에 전시되어 있는 가운데 아쉽게도 아직 겨울을 이겨내려는 힘찬 싹들의 함성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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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바 식물의 보물창고라고 하는 제주에서 새싹만 보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데 고래 뱃속같은 동굴을 빠져 나오니 이번에는 분재 전시장이 그 식물에 대한 미련을 달래주었다.
    각양각색의 나무들이 절제되고 중화되어 아주 작은 우주를 만들고 있는 분재전시장은 매화 향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이런 모습을 볼 때 마다 거세되어 버린 야생성이 얼마나 혹독한가에 몸서리를 친다.
    한 시간 정도를 예상하고 돌아 본 협재해수욕장과 식물원과 동굴은 두시간이나 시간을 삼켰다.
    시침은 열두시를 훌쩍 넘기고 한시를 향해 치닫고 시장기는 뱃속을 요동치며 신호를 넣는다.
    하여 우리는 산방산이 있는 안덕의 식당으로 향했다.
    88년 답사여행에서도 밥을 먹었고 지금도 단체로 오면 들리게 되는 안덕식당에서 옥돔과 고등어 조림을 찬 삼아 숙제와 같은 밥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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